인생 망하지 않으려면 3~40대 부터준비
🌿 기억의 숲에서 길을 잃지 않도록
2화. 치매, 남의 일이라 생각했는데
오빠는
시간 약속을 잘 지키고,
사람 이름도 잘 기억하던 사람이었습니다.
언제나 침착하고 반듯했던, 우리 가족의 중심 같은 사람이었죠.
점점 잦아지는 깜빡임과 멍한 순간들
오빠는 5년 전, 스스로 병원에 다녀왔습니다.
‘초기 알츠하이머’라는 진단을 받고,
그날부터 약을 복용하기 시작했죠.
그땐 ‘조금 깜빡하는 정도’라고 생각했지만,
요즘은 달라졌습니다.
대화 중에 혼란스러워하고,
같은 말을 반복하고,
무언가에 집착하거나 스스로를 자책하기도 합니다.
오빠의 이런 모습은 오랜 시간에 걸쳐 천천히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그걸 ‘노화’로만 여겨 넘기기엔,
이제 너무 분명해졌습니다.
천천히 받아들이는 삶의 변화
오빠는 습관대로
해야 할 일, 먹어야 할 약, 만날 사람들을
큰 글씨로 또박또박 적어둡니다.
그렇게 매일매일 스스로 기억을 붙잡고 있습니다.
혼란스러운 순간이 올 때마다,
그는 조용히 한숨을 쉽니다.
그리고 어느 날, 이런 말을 했습니다.
“내가 나를 잃어간다는 게 제일 무서워.
그래도 이 병도... 그냥 사는 방식 중 하나일 수 있겠더라.”
그 말이 어찌나 담담하면서도 슬프고 다행스럽던지요.
그날 이후로, 저는 오빠를 다시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그가 병에 걸렸다는 것보다,
그 병을 끌어안고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이 더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함께 걸어가는 우리
이제는 가족 모두가 조금씩 변화를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오빠의 느려진 말에 보조를 맞추고,
그가 잊은 것을 대신 채워주고,
무엇보다,
그의 자존심을 지켜주려 노력합니다.
기억은 희미해질 수 있지만,
사람의 존재는 그렇지 않다는 걸
우리는 배워가고 있습니다.
우리는 오늘도
기억의 숲을 함께 걷고 있습니다.
조금 느린 걸음으로,
길을 잃지 않기 위해.
📌 기억을 위한 작은 습관들
아침에 달력에 하루 일정을 적기
열쇠, 지갑, 휴대폰은 정해진 자리에 두기
같은 시간에 식사하고, 같은 길을 산책하기
퍼즐이나 간단한 게임으로 뇌 자극 주기
감정을 숨기지 않고 솔직하게 표현하기